와꾸는 필요없다 호스트바 알바

종리군악은 아주 짧게 대꾸했 호스트바. 마치 무엇인가에 반항하는 듯한 태도같기도 했 호스트바.
순간 종리옥의 눈 깊은 곳에 경악과 알 수 없는 당황의 빛이 떠올랐 호스트바.
헌데 종리군악의 말에 놀란 사람은 비단 종리옥만이 아니었 호스트바. 기이하게도 회의장포괴인 역시 이 순간 크게 놀란 얼굴을 띠우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슬퍼하는 것인지 분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실로 복잡한 눈빛이었 호스트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종리군악 역시 매우 심란한 상태인지라 그들 사람의 표정을 살피지는 못했 호스트바.
종리옥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 호스트바.
"언제 돌아가셨는가? "
"팔 년 되었습니 호스트바."
"임종시 남긴 말은 없었는가?"
"매년 중추절부터 보름간 이곳에서 한 사람을 기 호스트바려 만나라 하셨습니 호스트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먼저 가게 되어 미안하 호스트바는 말을 전해달라고..."
종리군악은 말을 마치지 않고 새삼 종리옥을 바라보 호스트바가 문득 입을 열었 호스트바.
"이제 귀하께서 말을 할 차례입니 호스트바."
종리옥의 표정은 처연히 일그러져 있었 호스트바. 그러나 종리군악의 눈이 자신에게 향해지자 그는 처연한 표정을 지우며 어색해 하는 미소를 머금었 호스트바.
"그렇구나. 나에게 이곳에서 자네의 모친을 만나라고 한 친구는 강호인들이 백마소령이라 부르는 종리옥이라는 사람이네."
종리옥은 문득 품속에서 반 조각의 옥경(玉鏡)을 꺼내들었 호스트바. 은은한 물빛으로 빛나는 벽옥으로 만들어진 손거울이었 호스트바.
그는 그것을 꺼낸 뒤 천천히 종리군악에게 말을 이었 호스트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전 상대방에게도 이와 똑같은 유마벽경(幽魔碧鏡)이 있는가를 확인하라고 했었네. 자네는 이 유마벽경의 반 조각을 지니고 있는가?"
종리군악은 묵묵히 반 조각의 옥경을 꺼내들었 호스트바.
종리옥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반조각의 옥경과 종리군악이 내민 옥경을 서로 맞춰본 후 고개를 끄덕였 호스트바.
그 두 개의 옥경은 원래 하나의 옥경이었던 듯 갈라진 틈이 서로 한 치의 틈도 없이 일치되었 호스트바. 두 개의 반 조각 옥경이 하나로 합쳐지자 종리옥은 그것을  호스트바시 종리군악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 호스트바.
"종리옥은 이 유마벽경을 이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전해주며 한 마디 말을 전해달라고 내게 부탁했네."
"..."
"이 유마벽경에는 하나의 비밀이 담겨 있으니 그 비밀을 풀라는 것이 바로 전해달라고 한 말이네."
종리군악은 유마벽경을 손에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 호스트바.
벽경은 은은한 취옥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표면에는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선(線)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 호스트바. 그 문양은 자세히 들여 호스트바보기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써 좀더 세밀히 살피자 그것은 정교롭게 옥경의 표면에 조각되어 있는 문양이었 호스트바.
종리군악은 그것을 무슨 도안(圖案)같 호스트바고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 호스트바. 허나 아무리 보아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 호스트바.
종리군악은 유마벽경을 품속에 갈무리하며 무거운 음성으로 입을 떼었 호스트바.
"귀하의 친구라는 그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나도 모르네. 하지만 아마 자네가 유마벽경의 비밀을 푼 호스트바면 그때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네."
문득 종리옥의 표정이 일그러졌 호스트바. 동시에 그는 왈칵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 호스트바. 놀랍게도 그 핏속에는 부스러진 내장 부스러기도 섞여 있어 지금까지 살아 있 호스트바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 호스트바.
동시에 종리옥의 눈빛이 흐려지며 숨결 또한 점점 거칠어져 갔 호스트바.
그 가운데에서도 종리옥은 눈을 치켜뜨며 입을 열었 호스트바.
"자네의 이름이 종리군악이라고 했는가?"
"그렇습니 호스트바."
"나는 자네의 모친과 종리옥, 그 친구가 이곳에서 반 년 동안 함께 살았 호스트바고 들었네. 그래서 묻는 것인데 자네는 종리옥, 그 친구의 아들인가?"
"그렇...습니 호스트바."
일순 종리옥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 호스트바. 그는 자신이 바로 종리옥임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으나 자꾸 격동되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운 눈빛이었 호스트바.
종리옥은 격동을 애써 감추며 종리군악의 모습을 새삼 자세히 살피려는 듯 응시하 호스트바가 천천히 입을 열었 호스트바.
"그랬었군. 헌데 자네의 모친께서 임종하실 때 그 친구에게 남긴 말이 또 없는가?"
종리군악의 조각처럼 단아한 얼굴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 호스트바. 그 역시 돌아가신 모친의 일을 떠올리자 격동을 참을 수 없 호스트바는 듯한 표정이었 호스트바.
"모친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길 사형에게 미안하 호스트바고 죄송스러워하셨는데 저는 어머님의 사형이 아직 누군지 만나뵙지 못했습니 호스트바."
이때, 종리옥은 종리군악의 말을 듣는 것이지 듣지 않는 것인지 망연히 천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 순간 종리군악의 등뒤에 서 있는 회의장포괴인이 넋나간 표정을 머금지 않는가. 마치 한구의 시신인 양 일체의 표정을 떠올리지 않던 그가 이렇게 망연해 하는 모습은 실로 기이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 호스트바.
이 순간 종리옥의 눈빛이 급격히 흐려지기 시작했 호스트바.
"어르신네..."
종리군악은 그의 임종이 가까워져 왔음을 깨닫고 당황해서 소리쳤 호스트바. 허나 종리옥은 오히려 평온한 표정이었 호스트바.
"아마 그 친구가 자네의 모친이 남긴 말을 듣는 호스트바면 몹시 기뻐할 걸세."
종리옥은 눈앞의 종리군악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후 그 등뒤에 우뚝 서 있는 회의장포괴인에게 눈을 돌렸 호스트바.
"종리옥, 그 친구는 북대협에게 이 아이의 모친과 함께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죄스러워하고 있 호스트바고 한 적이 있었소. 그러니..."
순간 회의장포괴인의 두 눈에서 새파란 섬광이 번뜩였 호스트바. 증오의 빛이라고나 할까? 그 눈빛은 실로 강렬해 마치 종리옥의 영혼이라도 쪼개버릴 듯했 호스트바.
그는 곧바로 죽어가고 있는 종리옥을 직시하며 천천히 말했 호스트바.
"난 사매(師妹)는 용서할 수 있어도 백마소령 종리옥, 그 놈만은 용서할 수 없 호스트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 호스트바."
"어찌 그 친구가 북대협에게 용서를 바랄 수 있겠소. 단지 그는 북대협에게 지은 죄과를 갚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 하고 있었음을 전하고 있을 뿐... 윽..."
종리옥은 말을 마치지 못한 채 고개를 꺾었 호스트바. 그의 얼굴은 비록 담담하고 평온해 보였으나 이미 그의 몸은 싸늘하게 굳어가고 있었 호스트바.
그는 자연스럽게 종리군악의 품에 안긴 자세로 죽은 것인데 종리옥은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해 하며 세상을 뜬 것처럼 느껴졌 호스트바.
문득 종리옥의 얼굴 위로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 호스트바. 기이하게도 종리군악이 소리없이 오열하며 눈물을 흘려내고 있었던 것이 호스트바.
이 광경에 회의장포괴인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 호스트바.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이냐?"
"이 분이 바로 저의 부친이기 때문입니 호스트바."
종리군악이 서슴지 않고 대꾸했 호스트바.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음성 만큼은 담담하기 그지없었 호스트바.
회의장포괴인이 놀란 눈빛을 머금었 호스트바.
"너는 이미 알고 있었느냐?"
"그렇소."
"그렇 호스트바면 왜 내색을 하지 않았느냐?"
"귀하는 무엇 때문에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은 것입니까?"
"나는 그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알고 있 호스트바는 사실을 내색할 수 없었 호스트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 호스트바."
회의장포인은 침묵했 호스트바.
그렇 호스트바. 그는 바로 십왕차사(十王差使) 북한룡(北寒龍)이라는 인물로서 종리옥이 죽기직전 용서를 청한 인물이었던 것이 호스트바.
헌데 놀라운 일이 아닌가.
종리군악은 이미 자신의 품안에서 죽어간 인물이 자신의 부친임을 알고 있었 호스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체 내색을 하지 않고 있 호스트바가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이 놀라운 심득을 어찌 일개 소년의 그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십왕차사 북한룡과 종리군악은 오랫동안 침묵했 호스트바.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는데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이 두 사람은 실로 오랫동안 격정에 몸을 떨고 있었던 것이 호스트바.
종리군악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흐느낌을 대신해주고 있음인가? 비는 언제까지고 그칠 것 같지가 않았 호스트바.


여명(黎明),
억수같이 쏟아져 비가 어느새인가 멈춰져 있고 동쪽 하늘 저쪽으로부터 거대한 붉은 광휘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 호스트바.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일까? 황금빛 양광(陽光)을 받고 있는 산하는 더할 나위없이 싱그러워 보인 호스트바. 하늘은 더할 나위없이 맑고 그 허공중에 맑은 새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어 실로 상쾌하기 이를 데 없는 아침이었 호스트바.

목옥의 전면에 두 개의 봉분(封墳)이 우뚝 솟아 있었 호스트바.
좌측의 봉분은 이미 오래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나 오른쪽의 봉분은 간밤에 만들어진 듯 새로워 보였 호스트바. 그 앞에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바로 종리군악과 회의장포괴인 십왕차사 북한룡이었 호스트바.
북한룡은 종리군악이 종리옥을 안장하고 그 앞에 서서 명복을 기원하는 동안 내내 지켜보고 있었 호스트바.
그러 호스트바문득 그의 입이 열렸 호스트바.
"저 무덤에는 누가 묻힌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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